다시 불면이 찾아왔다.
새벽 6시까지 잠을 못 자고 오늘도 다시 아무렇지 않게 잠 안 자고 생활을 하루 더 해봐야 하나 했는데,
너무 고통스러웠던 기억과 기력 저하로 오히려 늦잠 잤을 때보다 공부가 안 되었던 기억이 나서 그냥 잤다.
오늘밤은 어떡하나...
그 잠깐 사이 꿈을 꿨던 듯 잠에서 깨니 옛 애인이 떠올랐다. 한때 그가 나를 사랑하고 내가 그를 사랑했다는 것이 무색하리만치 긴 시간이 지나버린 느낌인데 (계산해보니 아직 1년은 안 되었다. 못본 지는 1년이 넘었지만..) 새삼 이별했을 때의 기분, 잔상이 남아 근황을 찾아보고 싶어졌다. 헤어지고서 한 달인가 후에 계속 찾아 보게 되는 게 싫어 소셜 네트워크 친구도 다 끊어버린 터라 그 후로는 근황을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기에 가볍게 검색을 해 보았는데, 새 계정을 만들었나 보다. 내가 찍어준 프로필 사진으로 두 개의 계정이 떴다. 그리고 그 새계정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그의 최근 모습을 볼 수 있었다. 직접 업데이트한 건 아니고 요즘 참여하는 모임에서 태그를 해서 나한테도 보이는 것 같은데, 인도 유학생들이 많이 참여하는 단체인 듯 했다. 단체사진 속 그의 옆에는 낯이 익은 여자가 있었다.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나랑 같이 수업을 들은 적 있는 사람인 것 같다. 낯이 익어서 어디서 봤을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딱 떠올랐다. 세상 참 좁구만.. 옆 자리에 앉아서 몇 번 얘기한 적도 있는데, 화끈한 패션스타일과는 달리 꽤 친절한 여자였다. 핸드크림 냄새가 좋다고 하니 발라보라고 빌려주기까지 했었으니까.. 어떤 관계인지 몰라도 만약 저런 사람을 만나는 거라면 (내 우려보다는 훨씬) 잘 됐다고 생각했다. 그에게 집적거리던 다른 여자인 친구는 새 남친이 생긴 건지 프로필이 바뀌어 있었다. 그래 얘만 아니면 된다.
그래서 어차피 또 아무것도 없겠지, 하고 들어갔다가 정말 최근에 찍힌 그의 사진, 심지어 그 계정 관리자가 여행에서 찍은 동영상까지 유튜브에 업로드한 덕분에 움직이는 그의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. 5월 초에 올린 거니까 정말 최근 모습. 내가 찾다가 얻어 걸린 거긴 하지만, 이럴 때 이 글로벌 인터넷 시대가 놀라우면서도 원망스럽다. 잊힐 수도 없게 하는 구나, 싶어서.. 어쨌거나 오랜만에 본 그의 모습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활기차고 좋은 모습이었다. 사귀다 헤어진 남친 사진을 보면 '무슨 저런 오징어가 있지', '내가 저런 사람이랑 왜 사귀었지'라고들 한다는데... 사실 내 폰에 아직 남아 있는 그의 사진을 보면서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. 그때 많이 힘들다고 했던게 거짓말은 아니었나 보다. 그는 아마 지금 내가 직장에서 일하는 줄 알텐데, 일 해서 돈 벌면서 찾아가지도 않은 걸로 생각하고 있을 거고, 내가 얼마나 외롭고 힘든지는 짐작조차 하지 못하겠지.(할 생각이나 있을까) 잠깐 일을 했던 건 사실이지만, 얼마 안 되어 그만둔 뒤 공부를 시작했고, 지금까지도 공부중이고, 그처럼 여행은커녕 수다 떨 친구 하나 곁에 안 남아 있다. 올 3월 쯤 주고받은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그는 답이 없었고 아마 그때를 기점으로 이런저런 모임에 참여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하는가 보다. 나랑 사귈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해 보인다. 다시 좋은 사람으로 돌아간 것 같다. 나와 헤어지기 전 보였던 불안하고 신경질적이고 그런 모습이 아니라 처음의 그 사람 좋은 웃음을 하고 있다. 그것만으로도 잘 헤어진 게 맞겠지?
오늘 그의 모습을 보고 새삼스럽게 생각을 했다. 이 시험이 끝나고 나면 그를 꼭 한 번 보고 싶다고. 그의 모습을 보니 적어도 이성적 정념이나 돌발적인 사고 없이 만나서 대화를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고,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한 제대로 된 끝맺음을 위해 한 번은 직접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. 이대로라면 시간이 더 지난다고 해서 이 상처, 아픔이 잊혀질 것 같지가 않다..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만나 잊으려하는 건 그 사람을 우롱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시작도 못할 것 같다.. 아픔을 얘기하는 것조차도 어색해질만큼 시간이 더 지나버리기 전에 꼭 한 번은 보고 싶다.
또 새삼 나는 대체 뭘 하고 싶어서 이 공부를 하고 있나 그런 생각도 했다. 이렇게 주변에 사람 하나 없이 삭막하게 살면서... 정말 합격하면 이 모든 게 나아질 수 있을까 싶고. 비단 그와 헤어져서만이 아니라 내가 앞으로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야 할 지 막막하고 자신이 없다. 그 전 연애에서는 헤어지면 더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는데, 이 사람과는 내가 정말 사랑하는 마음이 정점에 있을 때 헤어져서인지 참 힘든 게 오래가는 것 같다. 분명 마지막에 그가 보인 모습은.. 다른 사람과의 사이에서 평소 어떤 사람이었든지 간에 좋지 않은 부분이 컸었는데. 나를 아프게 하고 상처 주었었는데. 너무 좋은 사람처럼 살아가는 그를 보니 마음이 참 그렇다. 너는 날 떠나 참 홀가분해 보여서. 행복해 보여서. 나만큼 사랑하지 않았던 것 같아서... (철저히 내 입장에서 쓰니까 이렇지만 사실 헤어지고 6개월도 훨씬 지났는데 행복해지려는 시도를 하는 게 전혀 문제될 건 없다. 그냥 난 그만큼 행복하지 않으니까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이지..)
이제 정말로 나만 잘 살면 된다. 매일매일 내 일상에 최선을 다하자. 어떤 모임도, 여행도, 재미난 일상도 없지만... 지금 내게 주어진 일은 공부이니까 이 일을 잘 수행하자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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